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하였지만(화재사건은 그 특성상 원인 불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화성 물질이 산재되어 있던 곳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화재로 사망하였다면, 이러한 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아니하고(치우지 아니하고) 근무시킨 것에 대하여 도급인, 사망한 근로자를 고용한 수급인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결입니다.
(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사실 관계
- 도급업체가 조달청장으로부터 창고 증축공사 중 토목건축공사 부분 도급받음
- 전기공사 수급인은 위 공사 중 전기공사 부분을 각각 수급
- 전기공사 수급인의 피용자인 이 사건 근로자는 위 공사현장 2층에서 작업하던 중, 1층에서 발화한 불이 1층 벽면 내부에 단열재로 시공한 우레탄과 2층에 저장하고 있던 우레탄에 순차적으로 옮겨 붙어 순식간에 2층으로 연소
- 도급업체 및 다른 하도급업체들이 사고 당일 실시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주된 작업은 건물 내벽 등에 우레탄을 뿌리는 작업, 우레탄이 굳은 다음 실내에서 시행할 배관작업, 건물 내벽에 대한 페인트 작업이었음
- 사고 무렵 이 사건 건물 내부에는 페인트 작업을 위한 신나나 배관작업을 위한 산소용접기, 가스절단기 사용에 필요한 산소통과 프로판가스통 등 인화성이 강한 물질이 도처에 방치
- 합판 등이 쌓여 있어 용접 불꽃 등으로 인한 화기(火氣)가 이러한 인화성 물질에 인화될 경우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불이 번질 우려가 있었던 상황
- 이 사건 근로자는 전신화상을 입고 현장에서 심폐기능 정지로 사망
법원의 판단
인화성 물질로 인한 화재 확대 및 이 사건 근로자의 사망
어떠한 원인으로 발화한 불이 건물 내부 도처에 널려 있던 이러한 인화성 물질에 인화됨으로 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도급업체의 주의의무
만일 사실이 그와 같다면 이 사건 사고 당시 다수의 인부들이 밀폐되다시피 한 건물 내부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고,
더욱이 그 작업 내용이 용접작업 등 화재 발생의 우려가 있는 작업이었던 관계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았으므로,
도급업체으로서는 화재의 발생에 대비하여 자신이 관리하는 공사현장 도처에 널려 있던 이러한 인화성 물질을 제대로 정리한 다음 인부들로 하여금 작업하도록 하는 등
화재 발생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소홀히 한 채 그들로 하여금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한 과실이 있다
전기공사 수급인(사용자)의 의무 –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전기공사 수급인은 도급업체로 하여금 공사현장 도처에 널려 있던 이러한 인화성 물질을 정리하게 한 다음 피용자들로 하여금 공사를 하게 하는 등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근로자를 현장에서 작업하게 한 과실이 있다
도급업체와 전기공사 수급인은 연대책임
도급업체는 공사중인 이 사건 건물의 점유자로서 그 보존상의 하자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전기공사 수급인는 위 이완희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의 안전을 위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부진정 연대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