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산재로 인정될 수 있을까

자살이 산재로 인정된 사안입니다.

산재가 되기 위해서는 업무상 재해여야 합니다. 업무상 재해란 업무에 기인하여(업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등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아래 판결은 이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두5262 판결

자살에서의 인과관계 증명

우울증 등은 인과관계에서 드러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체질환은 의사의 감정에 의하여 의학적인(자연과학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우울증은 환자가 처하였던 상황을 종합하여 ‘규범적’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이 제시한 자살에서의 인과관계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
  • 이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

아래 사실관계의 세부 사항들이 근로자의 업무 – 우울증 –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 요소들입니다.

사실 관계

  • 근로자는 1995년 음식 및 숙박업을 회사에 입사. 2008. 3. 이 회사가 다른 회사로 인수됨
  • 근로자는 인수된 회사의 2009. 1. 1. 총무팀 과장으로 승진하여 총무팀장으로 근무
  • 위 인수 후 2008. 11.경 본사 관리자가 내려오면서 근로자와 의견마찰
  • 근로자는 2009. 5. 부서원이 없는 신규 부서 팀장이 됨
  • 이 팀에서 하는 일은 대리가 팀장인 객실팀에 소속되어 500개가 넘는 객실을 유지ㆍ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위 업무는 객실 청소 상태 점검, 시설물 하자, 수리 대상 여부 등을 파악하여 외주업체에 재청소를 요구하거나, 시설하자의 경우 영선팀에 보수 요청을 하며, 필요한 물품에 대하여 구매ㆍ총무담당에게 구매요구
  • 실제 근로자는 사무실이나 개인 책상 없이 리조트 내 전기실, 기계실, 프론트, 주방 등을 옮겨 다니면서 근무
  • 근로자와 마찰을 빚던 위 관리자는 근로자에게 객실 내 전화기에 붙은 스티커 제거, 에어컨 점검 등 근로자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업무를 지시, 근로자에게 수시로 “지금 어디 있어요”, “지시한 일은 잘하고 있지요”, “그 일을 그만큼 오래 걸려요”라는 등의 말을 함
  • 근로자는 입사 이후 관리업무를 담당하였음에도 프런트가 바쁠 때에는 고객 대응 업무지원도 하였는데, 2010. 8. 1. 지원 업무를 나갔다가 콘도회원으로부터 1층 모퉁이 방을 배정받았다는 이유로 심한 질책을 당함
  • 그 다음 날에도 같은 회원으로부터 전망이 좋은 방을 배정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 3, 4분 정도 심한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들음
  • 근로자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별다른 말없이 퇴근한 후 그 다음날 휴가를 낸 채 출근하지 않았고, 퇴근 시각 무렵 동료근로자와 함께 음주를 하면서 상사와의 마찰 등 업무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함
  • 그 날 근무하던 곳의 객실에 들어가 유서를 남긴 채 자살
  • 유서에는 회사 내 지배인들과 직원들 사이의 갈등, 업무 수행의 어려움, 회사의 위법한 업무 처리 등이 기재
  • 근로자는 평소 비교적 건강하였고, 사망하기 전까지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한 적은 없었음
  • 근로자는 의욕적으로 근무하면서 비교적 일찍 총무과장으로 진급하였고 동료나 부하 직원들과 잘 어울렸으며, 꼼꼼한 성격에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이 강한 편
  • 근로자가 팀장으로 보직이 변경된 후부터는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말도 거칠어졌으며 얼굴에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임
  • ‘2010. 4.경부터는 피곤해하였고 과음한 날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잠꼬대로 회사 상사 욕을 하였으며 어떤 날에는 나무 막대기를 애들처럼 물어뜯기도 함
  • 항소심 감정의는 근로자의 갑작스러운 부서 전환과 상사와의 갈등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이상상태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로 업무상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힘 (다만, 제1심 법원의 감정의는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습니다.)

전문성과 열정으로 답하겠습니다.

대한변협 노동법전문변호사   |   대한변협 선정 우수변호사
집요한 사실관계추적   |   치열한 법리연구

마음까지 살피겠습니다.

대한변협 인증 노동법전문 | 민사전문
대한변협 선정 우수변호사

법원의 판단

항소심에서는 인과관계 인정을 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아래는 그 판단 이유를 요약한 것입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 근로자가 담당한 업무의 내용이나 업무시간이 근로자와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통상적인 업무 내용 및 시간에 비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과도하여 극심한 우울증을 초래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근로자와 관리자 사이에 의견 마찰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관리자가 모욕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업무를 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근로자가 콘도 업무에 관한 전문가로서의 자부심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성격이어서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가끔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 근로자와 직장상사의 관계가 극심한 갈등관계라고 볼 수 없다
  • 고객의 질책은 직장생활, 특히 숙박업과 같은 서비스 업종에서는 통상 있을 수 있는 일로서 한 차례 그와 같은 일을 당하였다 하여 그것이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라고 보기도 어렵다.
  • 근로자사 정신과 진료나 처방을 받은 사실이 없어 정확한 정신적 상태를 파악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 동료 직원이 “유서를 보니까 술 먹으면서 평소에 하던 얘기 그대로 이며, 평소에 직원들끼리 술 한잔 먹고 풀고 하는데 근로자에게는 계속 마음의 스트레스로 남았던 것 같다.”라고 진술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가 받은 스트레스는 내성적이면서 꼼꼼한 성격, 지나친 책임의식, 자존심, 예민함 등 개인적 소인이 보다 주요한 원인이라고 보인다.
  • 제1심 기록 감정의와 피고의 자문의사는 근로자이 스트레스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나 업무상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우울증 상태에 있었다는 충분한 임상적 증거는 발견할 수 없고, 유서에 기재된 업무 스트레스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으며,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 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 당심의 감정의는, 근로자가 갑작스러운 부서 전환과 상사와의 갈등 등으로 정신적 이상상태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로 업무상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상사와의 극심한 갈등을 겪었음을 전제로 한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과 상사와의 관계가 극심한 갈등관계라고 볼 수 없다.
  • 당심의 다른 감정의는, 근로자가 기존에 해오던 관리업무와 성격이 다른 부서로 전보된 후 과장임에도 책상도 없이 혼자 객실 등을 점검하여야 하는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상이 발생하였고 그 우울증상이 자살의 동기나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근로자가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 근로자는 총무팀장으로 근무하다가 직급이 낮은 대리가 팀장인 곳에 소속되어 관련 업무 담당 – 자존심 상하고 이 와중에 본사에서 내려온 관리자와 업무 마찰과 갈등으로 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받음
  • 1년 2개월 이상 위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스트레스가 누적, 수면장애, 불안, 활력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고, 동료 근로자에게 자신의 불안감이나 업무 수행의 어려움 호소
  • 주 업무가 아닌 프론트로 고객 대응 지원업무를 나갔다가 모욕감과 수치심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음
  • 평소 비교적 건강하였고 우울증을 앓은 전력이 전혀 없었으며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증상에 이르렸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음
  •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급격히 우울증세 등이 유발된 것으로 봄이 타당

근로자이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하여 우울증세 등이 발현ㆍ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지게 되었고,그러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될 여지가 충분하므로, 근로자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비록 근로자에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구체적인 병력이 없다거나 근로자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사견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국 사건 발생 당시의 업무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근로자의 유족들은 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회사에서는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에 원만히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행히도 회사 동료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항소심에서는 근로자의 개인적 취약성(성격)이 자살에까지 이르는데 영향을 미쳤으므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았는데, 대법원은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인과관계는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대법원도 개인적 취약성이 ‘대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면 인과관계를 부인하였겠지요. 어느 정도 다른 요인들이 개입되는 것이 허용되는지는 구체적 사안과 인물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부분이 어려운 문제일 것입니다.

법률사무소 다행 | 귀기울여 듣고 소리높여 변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