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서면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만약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면 이외의 통지방식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아마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하면 어떻게 될까요? 상반된 하급심 판결이 상존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분쟁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의무 및 그 취지
근로기준법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②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이하 생략
위 조항은 해고 사유 등을 반드시 서면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서면으로 하여야만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면으로 하지 않으면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겠지요. 위 조항의 입법취지에 대해 판결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해고 통지는 본질적으로 의사의 통지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도달만 하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해고에 있어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하도록 한 것은, 신중을 기하게 하기 위함 뿐만 아니라, 그 사유도 분명하게 밝히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도 서면인가?
이메일이 서면인지 여부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이메일은 기본적으로 글자가 담긴 전자파일(혼동이 있을 수 있으나 편의상 ‘전자문서’라고 하겠습니다)을 수발신하는 것이므로, 1) 전자문서를 문서로 볼 수 있는지 2) 이메일을 ‘발송’하는 것을 통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통지의 경우 원칙적으로 요식행위가 아니므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기만 한다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전자문서를 문서로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전자문서도 문서인가
이미 전자문서가 만연한 시대입니다. ERP등으로 기안부터 결제까지 모두 문서로 이루어지고, 등기부 등 공문서도 전자발급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법원도 전자소송을 통해 종이가 아닌 전자문서로 사건을 취급하기도 합니다.
형법상 이미지 수정시 문서위조죄 성립 안 돼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 문서라 함은, 문자 또는 이에 대신할 수 있는 가독적 부호로 계속적으로 물체상에 기재된 의사 또는 관념의 표시인 원본 또는 이와 사회적 기능, 신용성 등을 동일시할 수 있는 기계적 방법에 의한 복사본으로서 그 내용이 법률상, 사회생활상 주요 사항에 관한 증거로 될 수 있는 것을 말하고(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788 판결 등 참조),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이미지 파일을 보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경우에 그때마다 전자적 반응을 일으켜 화면에 나타나는 것에 지나지 않아서 계속적으로 화면에 고정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의 ‘문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7480 판결 참조).
형법상 문서는 ‘가독적인 부호’로, ‘계속적으로’, ‘물체상에 기재된 의사 등’의 특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지 파일의 경우 해당 프로그램을 실행해야만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므로, 계속성을 결여하고 있으므로 문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 법리에 따라 컴퓨터 스캔 작업을 통하여 만들어낸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형법상 문서위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메일로 통지하면 무효(2010구합11269 사건)
이 사건은 종이로 된 문서가 아니라 이메일로 해고를 통지했던 사건인데, 법원은 이메일은 서면이 아니므로 해고가 무효라고 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 … 법조항상 ‘서면’이란 종이로 된 문서를 의미하고, 전자문서는 회사가 전자결재체계를 완비하여 전자문서로 모든 업무의 기안, 결재, 시행 과정을 관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외에는 위 법조항상 ‘서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문언 및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의 경우, 이메일은 전자결재체제가 완비된 회사의 전자문서에 준하는 것으로 취급하기 어려운 점, 원고와 참가인이 업무연락 수단으로 이메일만을 사용하였다거나, 장소적ㆍ기술적 이유 등으로 이메일 외의 의사연락 수단이 마땅히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를 두고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규정하는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전자결재체제가 완비된 회사’라면, 그 체계를 이용한 해고 통지는 유효하다고 볼 여지도 남겨 둔 것 같습니다.
이메일로 통지했는데도 해고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
해외에 연수중인 근로자(2008가합42794 사건)
이 사건은 해외에 연수중인 근로자가 귀국하지 않자 이메일로 해고 통지를 한 사안인데, 그 효력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해고의 남발 방지 및 법률요건의 명확화라는 해고 서면통지 제도의 입법 취지로 볼 때,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자의 해외연수기간 중 이메일로 교신하여 왔고,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해고사실을 기재한 이메일만 발송한 것이 아니라 해고의 사유가 담긴‘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도 첨부하여 발송하였으며,근로자가 종전과 같이 이를 정상적으로 수신하여 확인하였다면,위 ‘이메일’에 의한 해고 통지는 ‘서면’에 의한 통지로서 유효하다고 한 사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이메일을 주고 받은 관행이 있고, 이메일 내용에 해고 사유가 담긴 의결통보서도 담겼으며, 근로자도 이를 수신한 사실이 있다면, 적법한 해고통지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보지 않는 형법의 태도와 구별됩니다.
최근 청주지방법원 판결 – 이메일 통한 해고통지 효력 인정
아직 사건의 판결문은 보지 못했고, 인용된 부분은 기사입니다(원문http://goo.gl/d2DTz8). 석유관리원이 직원을 파면했는데 사내이메일로 통지한 모양입니다. 사내 이메일인 점, 이메일 내용에 대표이사장 직인까지 날인한 서면을 스캔한 점을 인정 이유로 들었네요.
재판부는 “이메일에 첨부된 통지서는 석유관리원의 ‘직원상벌요령’에서 정한 서식에 처분 이유·처분일을 기재했고 대표 이사장의 직인까지 날인한 것을 스캔했다”며 “원고가 사내 이메일을 통해 출석통지를 받은 적이 있는 등 원고와 피고 사이에 사내 이메일을 통해 공문이 오간 정황이 보인다”고 했다.
이어 “문제의 징계처분통지서는 작성 경위·내용, 작성방식에 비춰볼 때 해고사유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기재한 서면에 해당한다고 보인다”며 “원고가 징계처분통지서가 첨부된 이메일을 송달받은 이상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구체적 사유를 기재한 서면통지에 의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견
형법은 그 기본 정신상 최대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피고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범죄 성립의 여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관계법령 중 근로자에게 불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조항들을 해석할 때 역시, 근로관계법령이 근로자를 위해 보호하는 성격을 가진 점을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해고 통지에 있어서 굳이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 효력 발생에 대한 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서면 통지 의무를 부여하면서 및 이를 따라야만 그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의 내용이 입법된 것을 보면, 현실에서도 이 조항을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그 외연을 과도하게 넓혀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결론을 가져오면 안 될 것입니다.
다만, 전자문서가 일상적인 생활에 퍼지는 정도에 따라, 단순 업무편의를 위해 전자적인 형태를 띄는 것이 아니라 문서의 본질적 성격을 뒤바꾸는 수준이 된다면, 전자문서 역시 서면으로 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아직은 전자적 형태의 문서 제출을 인정하는 경우가 드문 것을 보면 시기상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