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없거나 부족한 가구는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는데,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안한다고 이 급여를 깎을 수 있을까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상 지급받는 급여 및 소득인정액의 공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수급권자에게는 급여가 지급되는데, 이 급여에는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이 포함되고, 이를 다 합쳤을 때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급여를 받는 가구에 소득이 있으면 지원되는 급여에서 어느 정도 공제를 하게 되겠지요. 공제되는 액수를 ‘소득인정액’이라고 하는데, 수입과 자산을 공식으로 환산하게 됩니다. http://www.bokjiro.go.kr/gowf/wel/welsvc/imtcalc/WelImtCalcStep.do에 보면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군요.
소득을 추정해서 깎을 수 있나
일을 할 수 있어 보이는 사람이 일을 안하는 경우, 정부는 그 사람에게 자활을 조건으로 급여를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활을 하지 않거나 못 하는 경우, 그 사람이 자활을 하여 벌어들일 수 있었을 소득을 추정해서 이를 소득인정액에 집어 넣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자활 조건에 따르지 않은 사람은 추정된 소득액만큼 급여를 적게 받게 되겠지요.
추정해서 깎을 때의 문제, 깎지 않을 때의 문제
추정해서 깎는 다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없는데도 그것을 있는 것처럼 취급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가지고 생계를 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깎지 않는 다면, 누가 자활 조건을 받아들이겠냐는(자활을 안해도 돈이 다 나오는데) 비난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할아버지는 처와 아들 두명과 함께 거주함
- 구청은 아들 A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9조 제5항의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자활에 필요한 사업에 참가할 것을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지급받는 사람으로 결정하고 이를 통지함
- 자활센터에서 A에게 자활사업 결정 상담통보서를 보냈으나 A가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자 구청에서는 A가 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A에게 추정소득을 부과함
- 구청은 추정소득이 상향 조정되었다고 하며, 할아버지네 생계, 주거급여를 감액(기존 422,380원에서 76,880원으로)
법원의 판단
소득인정액에는 실제 벌어들이는 돈만 포함됨
소득인정액을 계산하는 방식이 법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거기에 ‘추정소득’을 넣을 수 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실제 벌어들이는 돈만 계산해 넣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법에도 없는 것을’ 구청이 한 셈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개별가구의 급여액을 산출하기 위해 그 개별가구의 최저생계비에서 소득인정액을 공제함에 있어서,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는 ‘개별가구의 소득평가액’에서의 소득은 그 개별가구의 구성원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근로 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기타소득이라는 각 소득을 의미할 뿐이므로,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가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에게 일정한 소득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여 추정소득 부과처분을 할 수 있는 아무런 법령상의 근거가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에 근거해서 깎으면 헌법위반!
이 사건에서 구청은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라는 책에서 추정소득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법률에 의하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안내책자(따위)에 근거하여 감액한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하였습니다.
결론
‘일 하면 벌 수 있었을 돈’이라고 하더라도, 손에 쥐지도 못한 돈을 소득으로 추정해 버리면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인가요. 얼마 전 발생한 송파 세모녀 사건 때문에 가슴이 아팠는데, 이번 판결로 그와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은 게 아닐까합니다.